#일본 #고객경험 #본질 #가게운영 #혁신전략 #차별화 #독특함 #신념

 

기술이 발달해지면서 점차 편리해지는 한편 사람과의 접촉기회는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효율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현재만큼 향상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효과적인 면에서는 케바케인 듯합니다. 기업측면에서는 분명 비용절감, 속도증진, 휴먼에러 절감 등으로 이익증진에 있어서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나 고객측면에서는 편리해진 거 외에 오히려 답답함을 더 느낀다는 말도 늘어났습니다. 왜냐하면 즉각적인 대응이 아닌 컴퓨터에 의한 기계적인 대응으로 인해 오히려 고객이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죠.

 

트렌드코리아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언택트(Un-tact)라는 개념은 사람들과의 접촉에 부담을 느끼고 온라인 생활에 익숙한 밀레니엄 세대의 행동양상을 분석한 결과로서 등장했습니다. 지금은 '언택트=효율성'이라는 공식이 생긴 듯 하지만, 본래 언택트는 '사람과의 접촉없이도 마치 사람과 접촉하는 듯한 서비스가 가능하다'에 그 목적이 있었을 겁니다. 즉,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보완하며, 그 제공되는 서비스의 가치를 향상시킴으로써 사용자에게 우호적인 경험을 겪게끔 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택트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고, 하나의 기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언택트를 바라보거나 접근하는 관점이 다소 주객전도가 되어 있어 다소 안타깝기도 합니다.

 

네 번째 타자는 이치란 라멘으로 일본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라멘집 투어 속 단골가게입니다. 일본인보다도 관광객에게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남쪽 지역에서부터 시작된 이 체인지점은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장인'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이 가게는 의도적으로 고객경험(CX)를 이끄는 전략을 통해 현재의 성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출저: 구글이미지 검색

기업소개

명칭: 이치란 라멘

위치: 일본 소재

사업영역: 음식업, 서비스

 

먹는 거에 진심인 한국인들이 일본여행 시 일본라멘을 맛보고 싶을 때 반드시 들르는 곳이 바로 이 이치란 라멘입니다. 대단히 특별나게 별미이거나 맛있다고는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을 포함해 많은 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는 이유는 바로 오감(五感)을 집중시켜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에게는 오히려 익숙치 않은 낯선 컨셉으로 인해 '성공요인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산업 내에서 유일하게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경험의 답을 고객에게서 찾기 보다 사업의 본질에서 찾은 덕분입니다. 다르게 설명하자면, 기업의 가치와 고객의 가치를 일치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사업의 방향으로 유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Benchmarking Point 1. 오감(五感)을 함축시킨 '맛 집중 카운터'

 

이치란 라멘에 들어서면 마치 1인 독서실에 온 것 마냥 칸막이로 되어 있는 실내모습과 직원은 물론 주방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온전히 음식과 자신만이 서로 마주하도록 설계된 이 인테리어는 고객의 오감을 의도적으로 차단시키는 동시에 그 기능에 충실하도록 자극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오감을 함축시킨 '맛 집중 카운터'는 말 그대로 제한적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라멘에 진지하게 마주보고 느끼도록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모든 사람이 라멘 그 자체를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철학을 가진 대표의 마음에서 탄생했습니다. 일본 내 라멘집의 이미지가 '남성적, 터프함'을 나타내다 보니 유독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일본인, 특히 여성들은 라멘을 먹고 싶어도 혼자 못 간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맛있는 것을 먹는데 눈치때문에 즐길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는 곧 사업의 본질이 되었습니다.

 

1인 칸막이로 된 좌석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설령 동행인과 같이 들어왔다고 해도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에 빠지게 됩니다. 대화를 할 수 없는 구조에 어두컴컴한 실내등은 라멘이 놓이는 자리만을 핀 포인트로 비추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조용한 분위기는 청각을 차단시킴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마치 ASMR인듯이 들려오는 라멘을 먹는 소리만은 청각을 더욱 집중시키면 침샘을 자극시킵니다. 라멘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내내 좌석 정면에 붙어 있는 휘장에 적힌 이치란 라멘이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한 글귀를 읽습니다. 라멘을 상상하면서 이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을 이미지화하며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합리화하게 됩니다. 시각을 다른 요소에 빼앗기지 않고 한 곳에 집중시키는 이 전략에는 사실 숨겨진 의도도 있습니다. 직원과 주방이 보이지 않는 이유에서 찾을 수 있는데, 하나는 직원의 용모에 신경을 쓰지 않게 함으로써 직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직원도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청각과 시각 다음으로 자극되는 것은 후각미각입니다. 주변 라멘의 냄새도 자극이 되지만 이미 차단된 환경 속에 더욱 민감해진 각각의 감각기관이 눈 앞에 음식이 등장함으로 인해 순식간에 기능이 폭발하게 됩니다. 후각미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맛있는 냄새는 그만큼 맛을 느끼는 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따뜻하게 데워진 그릇과 수저를 만지자 마자(촉각) 본격적인 라멘과의 사투를 즐기는 마음가짐을 들게 합니다. 마침내 고객은 라멘을 먹는 그 순간에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고, 가게는 이치란 라멘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주입시키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Benchmarking Point 2. 이치란 라멘의 자랑, 맞춤형 주문용지 & 자리배치 시스템

 

이치란 라멘의 특이점은 라멘집임에도 불구하고 메뉴가 '돈코츠 라멘'만 있습니다. 대표 출신지인 후쿠오카의 명물인 '돈코츠 라멘'에 집중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음식점이 단품메뉴로만 장사를 하는게 말이 되는가 싶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독특한 주문과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이리란 라멘을 유명하게 만든 장본인인 '맞춤형 주문용지'입니다. 이 용지의 역할은 고객의 선호도를 조사함으로써 기본 라멘을 커스터마이징하게끔 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이치란 라멘의 단품메뉴가 다양화해지도록 만듭니다. 아무리 실력 좋은 요리사가 솜씨를 부려도 개인 취향에 따라 맛에 대한 선호도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맞춤형 주문용지를 통해 누구는 좀 더 진하게, 누구는 좀 더 맵게, 누구는 좀 더 시원하게 등 다양한 맛의 레퍼토리가 가능하게 됩니다. 면 굵기, 스프농도, 추가 재료 등 각자의 선호도에 맞게 나온 라멘은 결국에는 각자의 만족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용지는 외국인 고객을 위해 영어, 한국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로 제공되고 있어 글로벌 대응도 가능하며,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눈이 가는 시스템은 한쪽 벽면 상단에 걸려 있는 전광판으로 이는 빈자리를 나타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전광판에 표시된 번호를 통해 고객이 알아서 빈자리를 찾아 가기 때문에 매장 내 굳이 직원이 없어도 동선상의 혼잡이 없습니다. 또한 번호만을 바라보고 가기 때문에 다른 좌석을 기웃거리지 않을 수 있고, 이미 식사 중인 고객 역시 신경쓰지 않고 식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리배치 시스템'은 이치란 라멘에 운영상의 효율성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설령 직원의 서비스 수준이 낮다고 해도 고객이 이를 깨닫지 못하게 합니다. 동일한 브랜드여도 매장마다 다른 서비스로 인해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되는 가능성을 최소화시킴과 동시에 불필요한 서빙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이유가 없어 비용상에서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직원과의 접촉을 철저하게 제한시켜 불편한 상황을 애초에 배제시켜버리고 최소한의 서비스로도 맛에만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고객은 이치란 라멘에 대해서 좋은 경험만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Benchmarking Point 3. 라멘만 맛있는 게 아닌 가게도 맛있게 하자

 

일본어 중에 '이야기가 맛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다소 생소한 표현법이지만 이는 이야기가 재미있을 때 사용되는 것으로 흥미와 호감으로 사람들은 반응하게 됩니다. 이치란 라멘의 브랜드 전략은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라멘이 아무리 맛있어도 재밌는 이야기가 없으면, 다시 올 방문한 이유도, 추천할 이유도 반감됩니다. 음식 맛은 기본이자 매우 중요한 요소로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 음식을 먹을 때의 분위기나 기분이 더해져 기억하기 때문에 특정 가게를 계속 방문하게 됩니다. 이치란 라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맛 집중 카운터', '맞춤형 주문용지', '자리배치 시스템' 등은 라멘의 본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이야기 거리로 입소문을 타면서 결국 '라멘도 맛있지만 가게도 맛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치란 라멘의 브랜드 전략은 '一寸法師戰略'으로 불리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이른바 연상법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방법입니다. 이치란 라멘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고객은 SNS을 통해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업로드 해 공유합니다. 이를 본 다른 이는 흥미를 느끼고 언젠가 근처에 간다면 또는 일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반드시 이치란 라멘에 방문할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이치란 라멘은 사람들의 머릿 속에 '돈코츠라고 하면 이치란 → 라멘이라고 하면 이치란 → 면이라고 하면 이치란 → 점심이라고 하면 이치란 → B급 맛집이라고 하면 이치란 → 식사라고 하면 이치란'의 식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진심입니다. 결국 이런 전략은 효과를 봐서 매스컴에 다뤄져 홍보가 되면서 사람들 뇌리에 박히게 되면서부터 사업도 승승장구하게 되었습니다.

 

Benchmarking Point 4. 직원의 인간성장을 지향

 

고객감동까지 이어지는 사업이 잘 되는 이유는 아이디어도 중요하고 스타상품도 중요하고 서비스 질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직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그리고 사업확장을 위해서라도 방향을 같이 하는 직원과의 협력은 필수부가결합니다. 이치란 라멘 대표는 꽃길만을 걷지 않고 직원들과의 마찰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직원이 편할 수 있도록 하고 성과급을 포함해 급여를 넉넉히 챙겨주었다고 해서 직원이 마음을 다 주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 경험을 통해 사람의 심리를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람은 보상만이 아닌 성취감을 느끼는 도전성과 거기에 동반되는 보상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인적자원 운영방침을 바꿔 직원이 스스로 행동하여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인사제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육성된 직원은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는 물론 고객을 대할 때 진정성을 보일 것이고, 그로 인해 고객은 그 직원을 통해 이치란 라멘의 팬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이치란 라멘의 인재육성 제도는 '인간성장 지향'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치란의 정사원은 사업측면에 집중하고 매장운영은 대체로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겨졌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아르바이트생을 대하는 방식으로 회사이익을 위한 매장운영 교육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인성, 역량 등에 초점을 맞춘 커리큘럼으로 흡사 정직원의 교육시간과 맞먹는 수준으로 진행했습니다. 총 11단계로 나눠진 교육제도를 통해 이에 마스터하며 등급을 오르는 아르바이트생에게는 본인이 희망하면 정직원으로까지 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꿈이 가득한 청년들이 설령 자신의 꿈이 좌절되더라도 이치란 라멘에서 일할 수 있다는 대안책을 제시함으로써 불안감에 휩싸이지 말고 성실하게 일하게 하는 의도가 깔려 있었습니다. 즉, 보험으로서 기회를 줌으로써 아르바이트생의 성실성을 높이고 또는 조기에 인재육성을 통해 핵심인재를 얻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이런 인사제도를 통해 이치란 라멘은 질 높게 일하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더 큰 비약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제도 덕분에 이치란 라멘의 성장에 기여한 수많은 직원들의 존재는 전국적으로 점포확대를 시킴은 물론 흑자를 유지하게 하는 성과를 일으켰습니다.


고객경험(CX)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데이터의 숨겨진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고객을 사람이 아닌 데이터로만 바라보고 이로 인해 주관적이고 유동적이고 즉흥적인 고객의 니즈를 맞추는데 급급해 사업의 본질이 혼탁해지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물론 고객관점에서 사업과 서비스가 기획되고 운영되어야 하겠지만, 그렇게만 하다가는 결국엔 이도 저도 아닌 방향성을 잃게 되기 쉽습니다. 고객경험은 고객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이끄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혁신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기업들의 사업와 서비스의 대부분은 바로 이 두 가지의 방향을 균형있게 조율하는데 성공한 기업입니다. 그들은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의도에 고객이 따라오게 만들면서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이 처음에는 고객분석을 위해 사용했다가 점차 추천기능을 통해 고객이탈을 막는데 활용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고객이 직접 자신의 사업과 서비스에 매달리도록 할까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해 자사만의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 본 글은 '셀프 브랜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은 글 작성자에게 있으며 무분별한 사용, 변형, 수정 등은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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