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의 세계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더 이상 불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을 뿐더러 과학 및 공학적 요소가 가미되어 언젠가는 실현시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타임머신이나 순간이동과 같은 개념들은 여전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양자역학 이론에 따르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닌 거 같다.)
그러한 장르의 과학기술의 발달을 주도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과학자라기 보다는 공학자들인데, 통칭 '박사'라는 명칭을 가진 이들이 흰 가운을 입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의료분야와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생명을 다루는 데서 인간의 한계를 가장 크게 느끼고, 이를 기술을 통해 극복하려는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인걸까?
대부분의 의료를 주제로 한 만화는 '생명'을 중시하거나 '의사' 그 자체의 성장스토리를 다루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메인은 아니지만 다양한 장면에서 IT기술이 구세주로서 등장한다. 결국 기술이냐 인간이냐의 대결구도로 가는 레퍼토리가 대다수이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거기서 등장한 IT기술들은 꽤나 흥미롭고 실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의 초이스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는 않고 유치한 설정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래도 재밌게 보았던 '갓핸드 테루'
신의 손이 빛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나는 운명을 정복하고 싶다!! 바로 내 손으로!!
상대적으로 유명한 다른 의료만화들과는 달리 이 만화를 아는 이가 거의 없었는데 자료를 찾다 NC소프트 포스트에서 짧지만 소개된 글을 봤을 때 새삼 반가웠다. 물론 다이내믹한 병원 생활을 홍보문구로 기재했다는 데에서 원하는 내용을 찾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병풍에 가까운 등장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의료와 기술이 접목된 장면은 강하게 뇌리에 박혔고 실제 어느정도 현실에서 구현되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스마트 의료기기 개발사 SUMERAGI社
엑스트라 정도의 캐릭터이지만 주인공이 근무하는 병원의 스폰서이자 이사장으로 등장하는 젊은 IT회사 CEO는 작중에서 일본의 빌 게이츠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이 인물이 세운 SUMERAGI社는 거대 IT기업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같은 곳이다. 주인공 덕분에 무사히 아내가 아이를 출산하고 생명까지 살린데 감격한 나머지 스폰서를 자처하며 병원은 물론 의사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를 개발하며 적극 지원해준다.
여기서 등장하는 기기들은 홀로그램을 통한 가상수술 시스템이라든지, 의과의 교육용 시뮬레이션이라든지, 3D전자 카르테 등의 최첨단 기술을 가미한 의료기기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산업이 워낙 닫힌 구조라서 그런지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해 잘 알려지지 않아 공상과학으로만 느껴졌는데, 의외로 현실에서 로봇을 활용한 수술이 이미 예전부터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관련 이미지는 없지만, SUMERAGI社가 개발한 스마트 의료기기에는 生命(리벤지)라고 불리는 의과의 교육용 시뮬레이션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선명한 영상기술을 구사하며, 환자가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과 같은 고도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게 한다. 또 다른 개발된 의료기기는 3D EMR로 전용펜을 이용해 터치 스크린에 글자를 작성하면, 모니터에 환자 상태를 포함한 환자 데이터가 나타난다. 또 환자와 의사간 메일을 통해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작중의 도시 내에서 대부분의 병원에 도입되어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중에는 미국에까지 도입되어 미국과 일본의 의료인간 정보교환에도 사용된다.
VR을 활용한 가상수술
VR은 이제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교육, 제조, 의료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진출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여전히 수술은 위험한 것으로 생명을 손에 쥐는 의사들에게 있어 부담이 큰 영역이다. 이는 외과의사의 지원율이 항상 저조하다는 현상에서 잘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시대가 지남과 함께 의료기술도 발전하면서 수술의 위험성을 줄여주는 다양한 스마트한 의료기기들이 의사를 보완해주고 있다.
스마트 시티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싱가포르는 스마트 의료에 있어서도 아시아 내에서 당연 앞서 나가고 있다. 난양이공대 의대생들은 이미 2019년부터 VR기기를 쓰고 인체해부학 실습을 하고 있다. 글로벌 입지가 좋은 위치에 있어서 수많은 IT기술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들과 함께 스마트 의료기기를 연구개발하거나 의료교육 현장에 투입함으로써 디지털 역량을 가진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캐나다에 위치한 Precisoin OS는 2명의 전직 게임 개발자와 1명의 정형외과 전문의의 만남을 통해 개발된 의료훈련용 VR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존의 플라스틱 모델이나 실습용 시신을 통한 훈련은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은 사실감에서 떨어지고 시신은 표본 상태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 수술과는 다른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한계에서 Precision OS가 제공하는 VR훈련은 실제 환경과 가장 유사하게 제공함으로써 의료관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아직까지 실제 현장에서의 거부반응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19년도에 캐나다 왕립의학회의 승인을 받아 공인된 외과의 교육용으로서 인정을 받았다. 효과성에 있어 성과를 아직 기다려봐야하지만, 적어도 실제 수술상황과 가장 유사하게 구성된 프로그램 덕분에 수술 리스크를 그나마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EMR / EHR을 통한 비대면 진료(원격진료)
국내는 의료법에 의거해 대면진료 외의 진료는 불법이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국내에 비해 넓은 땅 덩어리와 환자 수 대비 부족한 의사 수 등의 현실적이 이유에 의해 발달될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스마트 의료는 환자는 물론 의사 양쪽의 이익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대규모 전염성이 강한 질병의 상황 속에서 빛을 발한다. 미래 먹거리인 이유는 결국 사람은 생명을 중시하는 본성에 따라 건강을 위해서라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기술발전이 무궁무진하게 향상시킬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비대면 진료뿐만 아니라 약처방전까지 가능하며, 중국은 의료수준은 떨어지지만 비대면 진료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앞장서며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일본의 경우도 이미 법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시행 중에 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의외로 동남아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체계가 갖추어져 있다. 의료수준이 최고의 수준에 가까운 한국은 안타깝게도 스마트 의료에 있어서는 후발주자인 상황이다.
스마트 의료(Smart Medical)
의료산업은 제조산업 못지 않게 고도의 IT기술과 이를 통한 가치창출이 가능한 분야이다. 지금처럼 팬데믹에 따른 이동에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스마트한 의료체계는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최첨단의 기술이 필요하며 가장 혁신적인 환경에 가까이 있는 만큼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영역이다. 환자의 건강안전이라는 번접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더욱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의료행위는 치료의 범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이뤄질 것이고, 치료상태를 지속시키는 더 넒은 범위를 다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료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상담과 모니터링이라는 진료 전과 후의 더 긴 사이클을 다루는 것이 스마트 의료의 핵심이 될 것이다.
변화의 시대에 우리는 이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무의미하게 이동하고 대기하는 것이 아닌 집에서 약속된 날짜와 시간에 개인 주치의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진찰 받는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료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집에 간단한 의료진단 기기들이 비상약처럼 배치한 가정이 많아질 것이고 더 신속하고 안전하게 생명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이디어, 탐색하다 > 상상을 현실로 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코패스 '시빌라 시스템', 고객 경험(CX) 추천 서비스 (0) | 2021.07.12 |
---|---|
동쪽의 에덴 '화상 검색 엔진', 증강현실 서비스 (0) | 2021.05.17 |
타이거 더 롱 테일 '금융 가상게임', 메타버스 (0) | 2021.04.17 |
소드 아트 온라인 'VRMMORPG', VR/AR 세계관 (0) | 2021.02.19 |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 '아스라다', 인포테인먼트의 모습 (0) | 2021.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