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수업 #폴 크루그먼 #경제성적 #경제회복 #한국경제 #통계 #분석

 

방송 전부터 세계 우수 석학들의 특강을 국내 방송에서 들을 수 있다는 이유로 매우 뜨거웠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의 시작인 9월부터 본격적으로 <EBS 위대한 수업>이 방송되었습니다. 첫 시작부터 친숙한 이름의 석학이 리더십에 대해 누구나가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강연을 이어나갔습니다. EBS의 재미난 시각적 표현(그림, CG, 그래프 등)은 그야말로 강연의 몰입감을 한 층 더 높였던 한 수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출처: EBS Homepage

이런저런 이유(핑계)를 이유로 블로그에 작성할 마땅한 컨텐츠는 없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이번 글을 작성하게 된 동기는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경제학의 대가 '폴 크루그먼'가 던진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팬데믹 위기에 있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설명하기 전에 '2019년을 기억하는가'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2019년이 어땠었나?'라고 쉽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에 이어진 질문은 '우리는 2019년 경제로 회복되고 있는가'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본인이 그다지 낙관적인 사람이 아님에도 '팬데믹에도 국가는 경제를 지키기 위해 매우 잘 노력했고, 꽤 괜찮은 성과를 냈으니 칭찬하고 싶다'로 끝마쳤습니다. 그러면서 '2019년으로 완벽히 똑같아 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언저리까지는 회복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이제껏 들은 부정적인 결과가 아닌 긍정적인 결과에서 '참신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해당 내용을 들으면서 '미국 지표로 분석해서 저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 것은 사실입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폴 크루그먼의 말처럼 우리나라도 2019년 생활로 회복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서 전세계 중 가장 잘 대응한 국가 중 세 손가락 안에는 든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코로나 1년 후의 국내 상황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은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본디 언론의 논조를 그대로 수용하는 편도 아니고, 경험상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하는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스스로 데이터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통계를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훈련을 받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체득한 인사이트를 내리고 자신만의 해석을 한 번 해보았습니다. 통계 데이터는 KOSIS, e-나라지표 등에서 공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습니다. 주의했던 부분은 5년마다 국가의 기준이 리뉴얼되기 때문에 현재의 불가항력적 이벤트를 커버하는데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①  고용률과 실업률

 

폴 크루그먼은 1강에서 이미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경제상황은 악화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집/사무실 수요 감소, 투자 수요 감소 등 시장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짐에 모자라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 들었습니다. 국내 언론과 주변 상황을 봐도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경제적 악화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로는 (경제상황을 가늠하는 지표가 다수 있는 가운데 먼저 '돈'을 벌어들이는 기본적인 경제활동인 고용과 관련된 것을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올리게 되는데) 지난 십여년간 고용과 관련해서 좋은 논조는 그 어디서도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상기의 그래프에서 19년 1·2Q와 21년 1·2Q를 비교해 보면, 수치상으로 큰 변동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0년은 준비없이 맞이한 팬데믹 여파로 '비정상적'이라고 보아 논외로 하고 고용률과 실업률 모두 2019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가장 우려하는 청년 실업률도 평년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2021년과 그 이후는 우리가 이미 경험했던 2019년 수준으로 회복 중이라고 느낄만 했습니다.

 

② 자영업자 수와 창업기업 수

 

경제가 얼마나 활기를 띄고 있는가의 하나의 지표로서 자영업자 수(단위: 천명)와 창업기업 수를 봐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이유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투자가 많아지고 이에 도전하는 심리도 강해져서 경제의 건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하는 단순한 연상법 때문입니다. 만약 2019년 수준으로 회복 중이 아니라면, 오히려 그 수치는 코로나 여파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상기의 그래프에서 19년 1·2Q와 21년 1·2Q를 비교해 보면, 수치상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역시 2020년은 일단 논외로 하고 이 수치만 보면 앞서 단순하게 생각한 논리로 생각하면 경제는 2020년의 보복성 경제심리로서 생각 외로 더 잘 회복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1차원적으로 생각하면 굳이 틀린 해석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여기서 2020년의 수치를 과연 논외로 할 수 있는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왜 경기가 안 좋아졌는데 창업기업의 수는 많아졌는가에 대해서 유심히 그 이유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③ 경제심리지수와 노동생산성지수

 

경제 상황에 대해 민간, 즉 기업과 소비자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 두 관점의 심리지수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지표가 경제심리지수라고 하는데, 경제와 관련된 일정의 성적표(한경 경제용어 사전)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민간(기업과 소비자)은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낮으면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상기의 그래프에서 2019년 상반기와 2021 상반기를 비교해 보면, 경제심리지수는 오히려 상승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묶여 있던 여러 경제적 활동들이 코로나 1년이 지나 대처능력이 생기면서 경제 원상복귀에 대한 기대전망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본격적인 4차 대유행인 7월 전까지의 데이터임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상기의 그래프는 노동생산성지수를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산업별로 크게 구분해 본 데이터에 근거했습니다. 그래프의 위치를 보면, 건설업을 제외하고 나머지 산업의 노동생산성지수는 2019년에 비해 2021년에 오히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결국 생산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경제가 살아나니 생산 활동도 덩달아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광공업에 제조업도 포함되어 있는데, 해당 그래프로만 보면,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에 있어서 여전히 제조업(2021 1Q, 122.2)이 중요할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경제가 회복된다는데 왜 체감하지 못하는가

 

① 구직단념자와 일자리 증감율

 

앞서 살펴 본 고용율과 실업률을 1차원적으로만 본다면, 수박 겉햝기나 다름 없습니다. 큰 줄기를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왜 여전히 우리는 2019년으로 회복하지 않다고 느끼는지를 알아봐야만 합니다. 이를 테면, 해당 수치가 과연 '어떤 항목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일자리의 건강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용환경 등 고용인의 시각은 아무래도 적용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청년실업율이 왜 여전히 10%에 가까운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매년 구직단념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연도인 2020년 보다도 2021년의 구직단념자는 훨씬 더 많습니다. 상기 그래프는 전체 인원(단위: 천명)을 나타내는데, 연령별 통계는 없어서 아쉬었지만, 성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약간 더 높았습니다. 여성이 더 낮은 이유는 아무래도 고용불안정성이 높은 일자리에도 구직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보았습니다.

 

상기는 일자리 증감율에 대한 표입니다. 연령별로 나타나 있는데,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심각한 것은 2020년부터 청년층 세대의 일자리 증감율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력직이 이미 고용시장에서 더 많은 수요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뿐더러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결코 수준 높은 일자리 환경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일자리만 증가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일자리에 있어 우리는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의 일자리 경쟁 중에 있음을 짐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상기 표로만 보면 다소 과대해석이 될 수 있지만, 적어도 기업은 신입 키우기라는 인재 투자보다는 성과를 바로 낼 수 있는 경력직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우기 때문에 실험보다는 안정을 통해 현상유지를 하기 위함이겠지요.

 

덧붙여 위의 그래프에서 창업기업 수가 2020년에 갑자기 급증한 이유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면, 이는 경제성장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침체로 인해 (1) 실직자 증가, (2) 일자리 감소, (3) 정부지원의 이유로 임시방편 또는 선택지가 없기에 나타난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수치만을 보고 단순히 해석하게 되면 실상과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오류가 높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② 가계 목적별 소비 지출(실질)

 

이동의 자유가 제한됨에 따라 변화된 우리의 삶에도 늘어난 산업은 아무래도 '배달' 직종이지 아닐까 합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먹는 즐거움'을 무시 못하기에 가장 큰 소비지출 항목은 아무래도 식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음식배달에 지출되는 비율은 전 소득분위에 있어서 대부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자영업자 비율에서도 서비스업, 그 중에서도 음식점을 개업하는 비율이 유독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줄었을지라도 온라인 매출이 늘어 손실을 그래도 상쇄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점이 들게 됩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리에는 자영업자의 곡소리만이 더욱 거세질 뿐입니다.

 

국내 소비지출(단위: 십억원)은 전반적으로 2019년 보다 낮아졌습니다. 항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2019년, 2020년, 2021년 각 상반기의 식료품비는 조금씩 늘었지만, 음식점에 사용하는 지출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음식점이 아니더라도 의류 및 신발, 오락, 스포츠 및 문화 생활에 쓰는 비용도 줄어 들었습니다. 대신 임대료와 가계시설 및 운영에 드는 지출비는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단, 해당 데이터는 가계이기 때문에 임대료에는 월세/전세의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 해석상 신뢰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계 데이터라고 해도 그 대상에는 자영업자도 포함하고 있기에 상가 임대료 역시 지출 내역으로 잡힐 것이라 추측해 사용했습니다.

 

③ 소비자물가지수와 생활물가지수

 

명목이든 실질이든 경제지표가 19년과 유사한 수준을 가리킴에도 우리가 실상 다르게 체감하는 이유는 바로 물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경제가 아무리 살아난다고 해도 수익이 지출을 커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실질임금상승률은 2019년 10.9%, 2020년 2.9%, 2021년 1.5%인 반면, 물가상승률은 평균적으로 2019년 1% 미만, 2020년 1% 내외, 2021년 2.5% 내외 정도입니다. 풍자적 성격으로 많이들 이야기 하듯이 '내 급여만 빼고 다 오른다'는 단순히 우스갯소리가 아닌 진실된 소리인 것이지요.

 

상기 그래프를 보면, 소비자물가지수와 생활물가지수가 2019년에 비해 많이 상승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생활물가지수의 지속적인 상승은 체감상 더 크게 경제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추석 명절이 끝나고 하반기에는 생필품은 물론 서민음식, 공과금 등과 관련된 금액이 상승될 것이라는 뉴스를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보니 서민경제의 겨울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이외에도 소득 5분위에 따른 적자율이나 평균소비성향도 살펴보았는데,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못 사는 사람은 더 못 살게 되고,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사는 빈부격차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과 이 성향은 2019년부터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1분위는 소득 이상을 지출로 쓰다 보니 매년 적자이며, 소득이 높아질수록 적자율은 낮아지고 소득보다 지출하는 비율도 순차적으로 낮았습니다.

 

폴 크루그먼이 위대한 수업을 통해 쏘아올린 질문 '2019년 경제로 회복되고 있는가'는 개인적으로 한국 통계 데이터에 기반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종합성적은 그와 동일하게 '잘 했다'로 점수를 주고 싶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성적에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선이 필요하다'의 점수를 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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